'Avishai Cohen'에 해당되는 글 1건

  1. 2009.10.25 Avishai Cohen, Aurora 2







어젯밤 자라섬 재즈 아일랜드에서 만난 Avishai Cohen
이스라엘 출신으로, 칙 코리아의 베이시스트이다.


여러 블로그들을 검색해 보니 그의 공연에서 놓칠 수 없는 것이 관능적인 제스춰라고 하던데
그 이유는 그가 베이스를 한 팔로 껴안고 입맞추고 두들기고 어루만지는 모습이,
마치 연인을 대하는 그것과 비슷하게 보이기 때문이란다.
왠지 현진언니가 Avishai Cohen의 무대를 보았다면 그에게 뿅 갔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어제 공연을 보면서 그런 생각까진 못했는데
연주에 엄청나게 몰입하는 표정이나, 리듬을 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긴 했다.
나는 베이시스트가 그렇게까지 다양한 솔로 연주를 펼치고, 연주에 온통 몰입하는 것은 처음 보았다.
내가 봤던 베이스는 엄청나게 신나는 빅밴드에서조차
꿋꿋이 또 진중하게 자리를 지키는 모습이었는데 말이다.



어쨌거나
내가 주목하고 싶은 것은 따로 있다.
그의 목소리와 화성


그의 목소리는 그가 연주하는 베이스를 닮아 있다.
그의 노래를 듣다 보니 그의 몸이 온통 베이스가 아닐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사람의 소리가 자신과 함께하는 악기를 닮아 가는 것일까?
굉장히 오래된 공간을 울리는 듯한 깊은 울림이 전해진다.
특히 저음부로 내려갈수록 더욱 그러하다.


더 얘기할 거리가 많은 것은 그가 구사하는 화성적 언어이다.
어제 그가 들려준 음악은, 벗어나는 영역에서조차 냉철하고 이성적인
영미권, 북유럽의 재즈와는 판이하게 달랐다.

아래의 곡은 어제 그가 연주하고 노래했던 곡들 중 하나이다.
어딘지 모르게 몽환적이고 이국적이며 낯설은, 또 나른한 느낌이 난다.







그러한 느낌이 나는 이유는 Dorian mode가 그의 음악을 관통하기 때문이다.
한국 사람들에게 Dorian mode는 익숙치 않다.
그래서 소위 '이국적'이고 낯선 느낌이 나는 것이다.


그 '이국적'이고 낯선 느낌이 뭘까
아래 영상은 이주노동자 한글학교를 하면서 접하게 된 네팔의 애국가인데,
이 곡 역시 Dorian mode로 쓰여진 곡이다.

들으면 소위 '이국적'인 이질감과 함께 그 이질감이 주는 묘한, 살짝 벗어난 듯한 느낌,
낯설음에서 오는 색다른 맛이 있을 것이다.



 




Dorian mode로 쓰여진 네팔의 애국가를 들어 보면
분명히 시 에만 ♭이 붙어 있는 F:) 파 솔 라 시(♭) 도 레 미 파 의 스케일인데
F Major의 느낌이 들지 않는다.
그것은 F:)를 그대로 쓰지 않고, F:)의 Dorian mode (솔 라 시(♭) 도 레 미 파 솔)를 썼기 때문이다.


Dorian mode란 '도레미파솔라시도'가 아니라, 그 스케일의 두 번째 음부터 시작하는 것,
즉 '레미파솔라시도레'의 스케일로 알고 있다.
웅장한 느낌을 주는 찬송가나 행진곡에서도 많이 쓰인다고 한다.
성의 없던 재즈화성학 선생님은 그저 '레'에서 시작하는 거다. 라고만 얘기하고 끝냈기 때문에
더 자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 이후 이런저런 곡을 듣고 판단한 내 생각인데 ...  
Dorian mode는 시작과 끝맺음이 중요한 것 같다.

시작과 끝맺음이 결국 Dorian mode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네팔 애국가의 처음에는 '시(♭) 라 솔라파 솔시(♭)도레 / 시(♭)라솔라파 솔파레' 라는 멜로디가 나온다.
이 멜로디가 Dorian mode의 느낌을 강하게 주는 이유는 처음과 끝에 있다.
바로 시(♭)에서 시작했고, 레에서 끝나기 때문에.

음이름으로 하자면 F:)의 파에서 시작했고, 라에서 끝난 셈이다.


그 외에도
파에서 시작하고, 레에서 끝나는 경우,
레에서 시작하고, 레에서 끝나는 경우,
레에서 시작하고, 라에서 끝나는 경우도 많다.


결국 Dorian mode에서 중요한 음은 '레, 파, 라' 인 것일까?


여하튼 네팔 애국가를 통해 Dorian mode를 설명하는 것은 여기까지 하겠다.
다시 Avishai Cohen으로 돌아와서, 그는 이제껏 많은 앨범을 내 왔다고 하지만
적어도 어제 자라섬에서 들었던 그의 Aurora 앨범 수록곡들을 관통하는 것은 Dorian mode였다.


Avishai Cohen이 구사하는 Dorian mode의 언어는 네팔 국가의 그것과는 훨씬 ... 정말 훨씬 세련되었다.
찬송가나 행진곡처럼 어설프게 웅장하지도 않고 애니메이션 수록곡처럼 어설프게 몽환적이지도 않다.
무엇이 차이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으나 그의 앨범을 더 열심히 들으며 공부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가 구사하는 화성적 언어에는 영미권이나 유럽권 출신이 아닌,
 이스라엘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 사람의 음악적 취향이랄지 관습, 나아가 뮤지션으로서 갖게 되는 '화성적 습관'에는
그 사람이 어디에서 태어나 나고 자랐는지가, 즉 그 지역의 음악적 문화가 전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이는 민속 5음계와 트로트에 익숙한 우리 나라 사람들이 블루스를 친근하게 느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싸구려 커피'라는 곡이 어딘지 모르게 친근하고 익숙하게 느껴진다면,
당신 또한 민속 5음계와 트로트에 익숙한 한국인인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Dorian mode로 쓰여진 애국가를 부르는 네팔인들은 Dorian mode에 익숙할 것이다.

이스라엘 출신인 Avishai Cohen 역시 그 지역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았을까


유럽이나 영미권 출신이 아닌, 다른 지역 출신으로서 재즈를 한다면
Avishai Cohen이 그의 앨범 Aurora에서 구사하는 것처럼
화성적으로 특별한 색깔을 가질 수 있다는 점 또한 엄청난 매력일 것 같기도 하다.







어제 그가 연주했던 그의 앨범 Aurora는, 어제 그가 공연하던 도중 품절되었다고 한다.
끝나고 달려가니 이미 모든 앨범이 팔린 후였다. 세상에나.
그가 어젯밤 공연에서 얼마나 대단한 매력을 뿌려댔는지 알 만하다.
오늘 백방으로 알아봐도 모두 품절이고 말이지.

다음달에 다시 수입된다고 하니, 두손모아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결론은
나는 그의 앨범을 애타게 기다릴 것이라는 것이고,
어제 나는 그의 깊은 목소리로 들려 주는 멜로디,
그가 세련되게 구사하는 화성적 언어에 매료되었다는 것이고

그 목소리를 흉내낼 수는 없으니, 그가 구사하는 Dorian mode의 언어를 공부하고 싶어졌다는 것이다.



Posted by 산타야
,